페북·넷플릭스가 점령하는데...80년대에 머무르는 관련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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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아 기자
입력 2020-10-0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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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입법조사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분석 보고서 발간

  •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통신사업자 관련 내용 위주...재검토 필요"

페이스북과 넷플릭스, 유튜브 등 해외 인터넷 사업자들이 국내 트래픽 발생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규제하거나 관리하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등 관련 법안은 여전히 80년대 인터넷 환경을 근거로 한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관련 법안의 주 관리 대상이 해외 인터넷 사업자가 아닌 통신 사업자라는 비판이다. 변화한 인터넷 환경에 맞게 전기통신사업법 등의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부가통신사업자의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 신설 배경과 향후 과제'를 주제로 보고서를 발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전기통신사업법, 달라진 환경 맞춰 재검토 필요"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법은 1983년 제정된 것으로 전기통신 사업의 건전한 발전과 이용자의 편의를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1983년은 페이스북과 넷플릭스 같은 거대 CP가 없었던 시절이다. 당시 전기통신사업의 주된 주체는 기간통신 사업자(ISP,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였으므로 해당 법 역시 통신사업자를 관리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현재 국내 인터넷 환경은 80년대에 비해 상전벽해(桑田碧海) 수준으로 변화했다. 해외 CP가 국내에서 발생시키는 트래픽 비중은 전체 70%를 넘어선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일평균 트래픽 발생량 상위 10개 사업자 중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가 차지하는 비중은 26.9%에 그쳤다. 반면 구글 등 해외 CP는 73.1%를 차지했다.

또한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트래픽 발생량은 2016년 274만242테라바이트(TB)에서 올해 말 기준 예상치 743만1342테라바이트(TB)로 약 3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추정치는 올해 7월까지 월평균 트래픽에 12개월을 곱한 값이다. 업계는 국내 트래픽 증가 원인으로 구글과 유튜브, 넷플릭스 등 해외 CP 이용률 급증을 꼽는다.
"해외 CP도 서비스 안정화 책임져야" 법 개정 작업 '부랴부랴'
변화한 네트워크 상황에 맞춰 최근 정부도 관련 법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CP 등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전기통신 서비스의 안정성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과 동법 시행령(넷플릭스법)을 입법 예고한 것이 대표적이다. CP가 발생시키는 콘텐츠 트래픽 양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CP도 서비스 안정성 유지 의무를 져야 한다는 내용이다.

넷플릭스법은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간 국내 일일 평균 이용자가 100만명 이상이고 국내 일일 평균 트래픽 양이 총량의 1% 이상을 발생시키는 CP가 적용대상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넷플릭스, 네이버, 카카오 등이 해당할 전망이다.

앞서 일부 해외 CP는 국내 ISP와 계약을 체결해 이용자가 많이 접속하는 데이터를 임시 저장해두는 '캐시서버(Cache Server)'를 망에 설치해 트래픽 과부하에 대응해왔다. 그런데도 해외 CP가 발생하는 국내 트래픽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에 국내 ISP들은 해외 CP도 망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해외 CP들은 캐시서버 설치로 트래픽 부담을 ISP와 나눠지고 있으므로 망 이용료까지 지불할 의무는 없다는 입장이다. 페이스북과 방송통신위원회,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법적 공방이 불거진 배경이다.

2016년 페이스북은 KT와 망 이용료를 협상하는 과정에서 KT를 통해 다른 ISP로 가는 트래픽을 줄이기 위해 일부 ISP의 접속경로를 사전고지 없이 홍콩으로 변경했다. 이로 인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이용자가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증가하고 이용자 불만이 늘어났다. 방통위는 이를 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페이스북에 과징금 3억9600만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페이스북은 이를 취소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11일 서울고등법원 행정10부는 페이스북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소송의 항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페이스북이 접속경로를 변경한 것이 이용자에게 현저하게 피해를 줬다는 방통위의 행정처분은 부당하므로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이다.

페이스북과 방통위 간 소송은 정부가 관련 법 개정의 시급성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변화한 환경에서는 트래픽을 다량 발생시키는 CP도 서비스 안정성을 유지할 책임을 일부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행정 명령을 내리자니 관련 법에는 해당 의무를 부과할 명확한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먼저 방통위는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해당 가이드라인은 CP가 접속경로를 변경해 이용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이 예상될 경우 CP는 ISP에 사전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과기정통부도 상호접속기준 고시 개정에 나섰다. 기존 상호접속기준 고시가 ISP와 CP 간 망 이용료 갈등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다. 올해 3월 과기정통부는 ISP끼리 교환하는 트래픽이 일정 수준 이하일 경우 접속 통신료를 정산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으로 해당 고시를 개정했다.

해외에서도 트래픽 품질 관리에 대한 CP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워싱턴DC 연방 항소법원은 올해 8월 온라인 동영상 CP로부터 망 이용료를 지급받지 못해 요금 인상이 유발됐다는 원고의 주장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넷플릭스법' 마련에도 해외 CP 제재 가능성은 '의문'
넷플릭스법 등 여러 정책 대안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법으로 해외 CP에 망 안정성 의무를 지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비판도 있다.

국내 CP만 제재하는 법이 될 수 있다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김상희 의원은 "구글, 넷플릭스 등 해외 CP에게는 망 안정성 의무 위반 시 제재를 가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며 "이는 국내 CP에 대한 역차별을 해소하려다 자칫 네이버 등 국내 CP를 족쇄로 묶는 양상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넷플릭스법에는 해외 사업자에게 국내대리인을 지정하는 제도를 함께 도입했다. 국내대리인에게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를 다했다는 내용을 입증하기 위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행법에 따르면 국내대리인의 대리 범위는 이용자 보호 업무에 제한돼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사실상 국내대리인에 자료 제출 의무를 강제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해외 사업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집행 방안이 부족해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가 국내 CP의 부담으로만 작용할 수 있어, 이를 해결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거대 CP가 발생시키는 트래픽 이용량과 무선 데이터 중심 환경 등을 반영해 전기통신사업법의 전면 재개정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현행법이 입법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고 있는지 전기통신사업법 전반에 대해 재검토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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